<프롤로그>
주변 친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께서 과도하게 공부를 시키고 사사건건 잔소리 한 것들이 상처라고 말한다. 솔직히 난 그런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우리 부모님은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같이 보자고 공부하고 있는 나를 부르셨다. 시험 기간에 상관없이 빨래나 설거지 청소를 하라고 하거나, 농사일을 도우라고 불러내곤 했다. 내가 원하는 건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도시로 나가서 농촌을 벗어나고 싶은 것인데, 우리 부모님은 내 미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좋은 학교와 직장에 가고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서 딸이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 우리 부모님께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듯했다.
어릴 땐 상처받는 것도 모르고 매일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도 왜 그런지 모르고 지나쳤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자신의 한계 안에서 나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인격장애가 내 어린 시절을 망쳐놓았고 나도 인격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젠 어릴 적 사건들을 직시하고 부모님에 대해 객관화해보며 과거를 재구성해 보려고 한다. 그 과정이 비록 유쾌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매일이 상처였던 어린시절>
내가 중학교 2~3학년 때 한참 감수성도 예민하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고 사춘기도 찾아와서 모든 것이 불안한 시기였다. 하필 그때 엄마가 대학 진학을 위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우리 동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장 잘한다는 오빠가 과외를 해주러 우리 집에 와 있길래 내심 기뻤다. 영,수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미리 선행을 하고 온 다른 애들에 비해 영어와 수학을 힘들어했기 때문에 엄마가 수학 과외를 시켜 주는 줄 았았다.
그런데, 그 수학을 가장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던 오빠는 엄마의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쳐주러 온 것이었다.
아직도 그때의 충격과 당혹스러움, 섭섭함등 여러 감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만,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아빠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반대해서 농사꾼이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엄마가 사고로 죽자 과수원도 뒷전이고 차를 사고 옷과 화장품을 사며 돈을 쓰기 시작하더니 드럼과 노래방 기계를 들여 야외음악실을 만들고 드럼 학원을 다녔다.
대학생 아들의 진로, 시집간 딸의 외로움과 슬픔도 아빠에겐 관심 밖이었다.
엄마가 조금 덜 하긴 했지만, 우리 부모님은 인격장애가 있었던 분들이 확실하다. 이젠 용서하고 나도 치유받으면서 부모님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분석해 보았다.
자의식과잉이 심한 분들이었고,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르시시즘에 소시오패스 기질도 있었던 것 같다.
<나르시시즘의 특징>
자신의 중요성 과대평가: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믿는다.
과도한 칭찬 욕구: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갈망하며, 비판은 참지 못한다.
공감 능력 부족: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배려하기 어려워하며, 자신의 필요만을 우선시한다.
성공과 권력에 대한 집착: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타인 이용하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계를 도구적으로 활용한다.
질투심과 시기심: 다른 사람의 성공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못 견뎌한다.
<소시오패스의 특징>
소시오패스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특징을 보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거짓말과 조작: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상황을 조작하는 능숙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공감 능력 부족: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며,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책임 회피: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려 한다.
충동적이고 계획성 없는 행동: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얕은 관계: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며, 타인을 단순히 이용하는 도구로 생각한다.
매력적인 외모: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똑똑해 보이지만, 속은 냉정하고 이기적이다.
<자의식과잉의 특징>
자의식 과잉은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에 대한 과도한 의식으로 인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타인의 시선 의식: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쓰고, 평가에 민감하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자신의 외모, 능력,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해 비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 습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적인 성향을 보이며, 작은 실수에도 크게 실망한다.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 등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에필로그>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아마 60~70세가 되셨을 것이다. 그 시대 부모님의 윗세대는 6.25를 겪은 처참한 세대이고 다자녀들과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라 정서적인 공감이나 교감을 전혀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아픈 역사를 돌아보면 역시 우리 부모님도 피해자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겪고 6.25를 겪어도 좋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훌륭한 인격체로 키워냈다.
이제 와서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원망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싶진 않다. 다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내 자녀들을 양육하며 문뜩문뜩 드러나는 인격장애의 그림자로 주변사람과 내가 불편해지는 것은 안 하고 싶다. 상처받은 내 어린 시절은 성인이 되어서도 상처를 쉽게 받는 취약한 사람이 되게 한다.
부모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과거를 재구성하여 더 건강해질 것이다. 더 이상 상처받은 어린아이로 세상을 살아가지 않고 마음이 단단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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