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항상 누군가를 챙겨주는 날이지 챙김받는 날이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어버이날이 드디어 돈 벌어 부모님께 버젓한 선물을 해드리며 '직장 다니는 딸' 노릇 해드리는 날이었다. 버겁고 힘든 직장생활은 숨겨둔 채, 자랑스럽고 효도하는 딸이 되고 싶었다. 결혼하고 나니, 양 가 부모님 어느 하나 기울지 않고 똑같이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은 짧았다. 친정 엄마는 첫 손주 얼굴도 못 보고 일찍 가셨다. 아빠도 암투병으로 4년 전에 세상을 등지셨다.
어제 어버이날 이라고 아이들이 소원쿠폰과 손 수 만들거나 그린 카네이션을 가져왔다. 정말 기뻤고, 예뼜다. 형이 소원 쿠폰을 만들 걸 어깨 너머로 보던 막내가 후다닥 제 방에 들어가 종이를 오려 열심히 뭔가를 쓴다. 나도 모르게 형 하율이가 내민 소원 쿠폰에 감동한 표정을 지었던 듯하다.
막내 하준이가 만들어 온 쿠폰은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급조를 해, 글씨도 엉망이었다.
청소쿠폰, 빨래쿠폰, 안마쿠폰... ... 그런데 눈에 띄는 쿠폰이 있네? 바로바로 '소리 안 지르기 쿠폰'!! 나의 소원인지 너의 소원인지 알 수 없지만, 소리 안 지르기 쿠폰은 꼭 사용하고 싶다. 어버이날, 세 아들을 키울 땐 소리 지르는 거 당연하고 아니냐고 자신을 정당화시킨 못 된 엄마를 마주한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소리 지르지 않고 친절하고 온화한 엄마가 정상인 거다.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조리 지르고 짜증 내는 엄마는 정당화될 수 없다.
5월 8일 에서 5월 31일까지 라는 유효기간은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5월8일 부터 쭉 계속 내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소리 안 지르기' 쿠폰을 사용할 것이기에 말이다.
'자녀의 심리&육아노하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제(1896~1980) (2) | 2023.05.28 |
---|---|
인간의 발달-에릭 에리슨 (0) | 2023.05.27 |
인간의 발달-코프카 이론 (0) | 2023.05.27 |
세아들 농구 교실-한기범농구교실 (0) | 2023.05.12 |
아들 피아노 배우기 썰 (0) | 2023.05.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