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발>
어릴 적 산골에 살아서 읍내에 있는 유치원이 너무 멀었다. 걸어서 30분, 차로 20분 가야 했다. 부모님은 첫 째 딸을 유치원에 보내려고 외가댁에 1년 유학을 시켰다.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갔다. 그때 중학생이던 막내이모는 시간 될 때마다 나를 교회에 데리고 갔다. 초등학생이 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방학만 되면 한 달, 두 달씩 외가댁에 갔다. 막내이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기 전까지 여름성경학교, 겨울성탄절등 나를 열심히 교회에 데리고 갔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는 교회를 데리고 갈 사람이 없어서 가지 않았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 친구가 1년정도 교회를 데리고 갔다. 엄마가 따로 불러서 아빠가 교회를 싫어하니까 가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그래서 안 갔고, 중2 때 수현이와 다른 반이 되면서 교회는 내 인생에서 잊혔다.
잠시 무당도 하고 점도 치던 친할머니도 있고, 제사를 열심히 지내던 집안이었기 때문에 교회는 내게 금기시되는 곳이었다.
<중국에서 만난 예수님>
대학생이 되어 '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고민하게 되었고, 대학교 2학년 때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내 인생을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것이었다. 2003년 중국 연길과학기술대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동대학생만 하는 성경공부에 친구의 소개로 가게 되었다. 연길과학기술대학교는 전도를 목적으로 선교사처럼 오신 교수님 부부가 정말 많았다. 교수님 가정에 초대받아 맛있는 집밥을 대접받으며 마음이 많이 열렸다. 5월쯤 정진호 교수님과 한동대학생만 하는 성경공부에 친구의 소개로 가게 되었다. 또 개인적으로 성경공부를 해주는 교수님의 사모님을 만나 성경을 읽고 공부했다. 작은 믿음이 생겼고, 그 해 지금의 남편도 알게 되고 크리스마스날 세례도 받았다. 예수님을 믿어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성경공부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학점이 좋게 나왔다. 사소한 기도제목도 다 응답해 주셨다. 너무 신기했다.
<교회 정하기>
중국에서의 꿈같이 행복한 온실 속 신앙생활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 4학년이 되었다. 주변에 믿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환경으로 돌아오니 너무 외롭고, 교회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갔다. 교회를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극동방송을 듣게 되었고, 주옥같은 설교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의 교회가 강릉동도교회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화를 해서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고 등록하여 청년부 모임도 나가고 새벽기도도 다니게 되었다.
<대학원과 취업>
교육대학원에 가고 싶어서 중국어교육학과에 지원했는데, 붙었다. 청년부 부회장이 되었지만, 나는 교회일보다는 돈 버는 게 더 급했다. 돈을 벌게 해 달다고 기도했다. 남동생이 둘이나 있으니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반대에 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바로 합격하여 '하이록코리아'라는 중견기업에 해외영업부로 가게 되었다. 3년의 회사생활동안 신앙은 바닥을 쳤다. 호산나교회라는 큰 교회를 가긴 했지만, 점점 세상살이에 지치고 살아남는 게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장거리 연애와 결혼>
모솔로 살다가 연변과기대 성경공부 때 알게 된 오빠와 5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했다. 학교도 다르고 사는 곳도 정말 달라서 항상 떨어져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면 정말 잘 만나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취업을 해서 3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고 남편이 취업하고 2년 정도 있다가 바로 결혼을 했다. 빨리 믿음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일찍 낳고 싶었다.
<인생 교회를 만나다>
남편이 갑자기 파주로 발령을 받으며 신접살림을 파주에 차렸다. 그리고 남편 친구의 소개로 다니게 된 파주영광교회에 따라가서 등록했다. 목사님 말씀이 뇌 속에 쏙쏙 박히고 진리를 선포해서 마음이 시원해졌다. 퇴사를 하고 완전히 파주에 오게 되면서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모든 공예배에 참석하고 봉사도 하기 시작하고 구역예배, 여전도회 모임도 나갔다. 새벽기도도 시작했다. 회사생활 때 바닥을 쳤던 신앙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광야의 초입>
파주영광교회는 예수님의 제대로 믿도록 인도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고 돈은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인 것을 가르쳤으며 무엇보다 예배의 자리에 몸이 있어야 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주일 끼어서 여행도 가고 , 볼일도 보는 그런 자유로운 교회가 아니었다. 주일은 목숨걸고 지키고 수요, 금요예배, 십일조 생활 다 제대로 해야 집사 직분을 주었다. 점점 이렇게 까지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다른 교회를 알아봐야 하나?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영적치유의 시작>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조금 생겼을 때, 갑자기 어려운 일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불임, 엄마의 교통사고, 남편의 실수...
죽는 것이 더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님은 나를 버렸고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너무 어렵고 힘들어 개인적으로 기도하러 교회에 갔고, 예배 때마다 하나님을 간절히 찾았다. 눈물의 기도와 부르짖는 기도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하나님을 만났다.
아빠와 엄마 또는 친구, 시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생각나고 사건이 생각났다. 때론 아주 어릴 적 봉인된 기억까지 떠올랐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상처받을 당시의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마치 수술받는 환자가 아프니까 더 이상 치료를 받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다.
<살림 밑천>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이 입버릇 처럼 하던 말이 있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다'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우울증에 무기력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앓았다. 공부도 그랬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 종종 장학금을 타서 부모님께 드렸다. 장학금을 탔다고 뭔가 따로 선물을 사주거나 용돈을 올려준 기억은 없다. 그냥 살림에 보템이 되었다. 대학교를 정할 때도 장학금을 받고 집 가까운 국립대에 갔다. 교육대학원에 장학생으로 합격을 해도 포기하고 취업을 했다. 취업하고 든 적금마저도 동생 등록금에 보태야 했다. 결혼자금도 내가 모은 것으로 했다.
부모님의 공급이 없진 않았지만, 보템이 되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며 살았다. 그래서 내 힘으로 다 하려고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하고 상의하는 것을 잘 못했다. 엄마도 모르게 했겠지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 삶을 맡기기>
약간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유일하게 의지하고 믿었던 엄마가 결혼 1년 차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무렵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운 일들이 이중, 삼중으로 겹쳐서 일어났다. 하나님을 원망하면서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것도 내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배의 자리에 나가고 새벽기도도 드리고 하나님을 찾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성경말씀은 진리이고 일점일획도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학공식처럼 성경은 정확하다. 나는 사랑받고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우울증도 심한 사람이었다. 인간관계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에도 문제가 많았다.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식의 양육이나 돌봄을 받아 어린 시절 상처를 많이 입었고 언어나 행동으로 폭력을 저지른 부모로 인해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기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하나님을 무정하고 조건적이며 나를 정죄하는 분이라고 오해했다.
하나님께 인생을 드려야 우리의 믿음이 한층 강화된다. 교회를 10년~30년을 다녀도 믿음이 성장하지 않고 축복은커녕 세상사람들보다 더 못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님은 내가 그렇게 살기 원하지 않으셨다. 내 믿음을 성장시키고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며 모든 상처를 치유하여 건강해 지길 원하셨다.
진정으로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온전히 의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만약 가족이나 직장, 건강 그리고 내 삶의 소중히 여기는 것들의 상실을 경험한다면, 하나님의 인도를 절실하게 바라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내 인생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과거의 강박적이고 혼란스러운 행동 때문에 파괴된 인생이 새롭게 회복된다.
교회에 다니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잘 되고 부자도 되고... 다 맞는 말이다. 하나님은 악한 신이 아니다 내 인생의 악한 부분이 처리되지 않으면 무조건 복을 줄 수는 없다. 그래서 그 과정을 거쳐서 믿음이 생겨야 하나님의 복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믿음이 없으면 기적은 없다. 믿음 없는 기도에는 응답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와 하나님의 치유를 구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의지에 우리의 인생을 위탁하는 것을 통해서, 파괴된 자아의 성향들은 점차 약해지고 영향을 덜 미치게 된다.
우리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습성들, 강박적인 행동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능력, 잠재성, 기술, 그리고 야망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열쇠는 우리의 의지적이고 이성적인 생각 속에서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이러한 과정조차 하나님께 의지하고자 하는 전적인 믿음의 자세를 요구한다.
잠시 어려움을 만나면 고통스럽지만, 하나님 안에서 치유를 받고 마음이 건강해지면 인생은 역전되고, 반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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