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도둑질의 차이>
비교적 평범하고 큰 갈등상황 없이 무난하게 보낸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나는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고, 토요일에 사 두었던 큰 이면수를 꺼내어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웠다. 아이들은 어김없이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학교에 입고 갈 옷을 챙기고 있었다. 생선과 갖지은 밥을 맛있게 먹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었고, 등교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큰 아이가 갑자기 갤럭시 패드를 찾았다. 생각해 보니, 토요일에 막내아이에게 빌려주고 그 뒤로 아무도 본 적이 없었고 찾지도 않았으며 개구쟁이 손아귀에 패드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연히 내 탁자 위에 있겠지 라는 생각에 "00야, 탁자 위에 있는지 봐"라고 말했다. 첫째 아이는 "엄마, 탁자 위에 없어, 토요일에 하준이가 안방으로 가져가는 거 봤어"라고 했다. 순간 가슴이 쿵덕쿵덕 뛰기 시작하고 콧구멍이 벌렁거리며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내 언성이 높아졌다. "야, 김하준, 어디 있어? 빨리 기억해 봐. 네가 숨기면 아무도 못 찾아. 이게 한 두 번이냐고..." 갑자기 래퍼가 된 듯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남편은 그렇게 애를 다그치면 생각 날 것도 생각나지 않을 거라고 하며 서랍, 이불장, 책꽂이 등 있을 만한 곳을 모두 뒤졌다.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한 달 전, 내 핸드폰과 충전기가 같이 없어져서 곤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찾았다. 지인들께 카톡으로 연락도 해보고 길거리를 걸어도 보고 모든 동선을 샅샅이 뒤져보기도 하고 심지어 단기지억상실이라며 자책하고 냉장고 안도 다 둘러 보았다.
결국, 밤이 되어서 모든 걸 포기했을 때 찾았다. 바로 막내 하준이의 브롤스타즈 미니 가방에서 가지런히 들어있는 내 핸드폰과 충전기를 발견했다. 화낼 힘도 없어 너털웃음을 웃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하준이가 숨기면 아무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감은 극도에 달했고, "패드 찾을 때까지 학교 가지 마", " 지금은 하준이보다 패드가 더 중요해" 등등 정신을 잃고 막말을 내뱉었다. 하준이는 평안한 얼굴로 정말 기억이 안 나는 듯 소파에 앉아서 멍하게 앉아 있었다.
온 가족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패드를 찾고 있을 때, 둘째 아이 하람이가 " 엄마, 찾았어"라고 다급하게 불렀다. 그리고 작은 방에서 패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어디에서 찾았는지 물어보니, 요즘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가지고 다니는 노란색 부직포 가방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의 허탈한 표정, 첫째, 둘째 아이의 황당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아뿔싸, 우리 막내 하준이는 온 가족을 감쪽같이 속이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던 거이다. 가희 그 연기력은 전문 아역배우 뺨치는 수준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창고에 가서 회초리를 들고 나왔다. 창고에 가고 찾아서 가져오는 동안 화난 마음이 좀 진정되면 안 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숨겨둔 것이었다. 하준이는 전형적인 장난꾸러기 남자아이이다. 내가 그걸 못 받아들이는 건데, 회초리를 드는 건 아이에게 공포스러운 행동이 틀림없다. 하준이는 새우처럼 몸을 굽히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회초리를 다시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엄마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남편도 이번에는 충격이 컸는지, 또 이렇게 가족을 속이면 그땐 아빠가 회초리를 들 수도 있다고 단단히 일러놓았다. 하준이는 뭔가 큰 숙제가 해결된 것 같은 표정으로 해맑게 말했다. "아빠,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루 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세 아들 양육일기는 쭉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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